우즈 “만델라와 라운드 최고의 추억”
“‘낚시꾼 스윙’은 살기 위한 몸부림… 아픔 날린 인생샷 됐죠”

우즈 “만델라와 라운드 최고의 추억”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2013년 작고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의 라운드를 최고의 ‘추억’으로 꼽았다. 12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골프 전문매체 골프닷컴에 따르면 우즈는 ‘유명인과 함께한 라운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란 질문에 “워낙 많은 대통령, 총리들과 함께했기에 한 명을 꼽기가 어렵다”면서도 “1998년 남아공에서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라운드했는데, 평소 존경하던 분을 만났기에 내 생애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대답했다. 우즈는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 이겨낸 역경과 국가 통합 능력이 그를 특별하게 여기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우즈는 지난달 열린 필 미켈슨(미국)과의 맞대결과 관련, “미켈슨은 지고 싶지 않은 상대”라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여러 차례 명승부를 펼쳤지만 일대일 매치 플레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우즈는 2019년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우즈는 “올해 목표는 다시 골프를 하는 것이었다”며 “올해 메이저대회 우승 기회가 있었고, 내년에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낚시꾼 스윙’은 살기 위한 몸부림… 아픔 날린 인생샷 됐죠”

최호성 프로골퍼 국내 대회 줄어들며 생계 막막 처자식 위해 일본 진출 결심 마흔 무렵 JGTO Q스쿨 입성 나이들며 떨어진 비거리 걱정 기존 스윙 한계… 자구책 찾아 몸 회전으로 20야드 이상 늘려 “개성 넘치면서도 정교한 타법” 해외 전문가·현지 팬들도 극찬 예나 지금이나 전담코치 없어 휴대전화로 촬영 후 자세 교정 지난달 ‘카시오월드오픈’ 제패 올해 총 상금 6948만엔 벌어 다음 목표는 PGA 메이저 무대 세계랭킹 50위 이내 진입 욕심 ‘낚시꾼 스윙’이라는 독특한 폼으로 한국뿐 아니라 일본, 그리고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가 있다. 미국의 한 골프전문 매체는 “4대 메이저대회에 초청해도 될 만한 선수”라며 주목했다.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에서 활동 중인 최호성(45)을 두고 하는 말이다. JGTO 투어 시즌 최종전 JT 컵을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온 최호성을 지난 6일 경기 용인의 수지구청에서 만났다. 최호성은 결혼 후 13년째 수지구청 건너편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최호성은 마흔을 앞두고 2012년 11월 JGTO 퀄리파잉(Q)스쿨의 문을 두드렸고 31위로 통과했다. 35명까지 주어지는 풀시드를 받은 그는 이듬해부터 일본에서 활약했다. 그는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당시 국내 남자 대회 수가 현격히 줄어들면서 상금만으로는 살 수 없어 최호성뿐 아니라 남자 선수들이 대거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팔팔한 시절을 다 보냈기에 그가 일본으로 건너갈 때는 성공 여부를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6년 동안 Q스쿨로 다시 돌아간 적이 없을 만큼 꾸준한 성적을 유지했고 2승을 거뒀다. JGTO 첫 승은 2013년. 데뷔 첫 해부터 정상에 오르며 자신감을 얻었다. 최호성은 “당시엔 지금보다 젊었기에 공이 잘 맞았다”고 귀띔했다. 그는 JGTO에서 활동하는 20여 명의 한국 선수 중 양용은에 이어 나이가 가장 많다. 둘은 1살 차이. 최호성은 그리고 지난달 카시오월드오픈에서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JGTO에서 6948만 엔(약 6억912만 원)의 상금을 벌어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상금 순위 10위에 올랐다. 22개 대회에 출전해 17개 대회에서 상금을 획득할 만큼 기복이 없었다. 평균 비거리는 282.12야드(59위)지만, 이글이나 버디 수 26∼27위권, 평균 타수(71.16타) 27위, 특히 퍼팅(홀당 퍼트 수 1.7569타)은 6위로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최호성을 만나 가장 먼저 독특한 스윙 폼에 대해 물었다. 그는 “몸의 움직임으로 탄도와 구질을 조절하는 스윙”이라고 설명했다. 피니시 자세는 흡사 주말골퍼가 몸 쓰는 자세와 비슷하고 우스꽝스럽다. 프로선수는 대개 팔의 움직임에 따라 탄도와 구질을 조정한다. 하지만 최호성은 몸 전체로 헤드를 움직인다. 특히 임팩트 이후 몸을 오른쪽으로 구부리면 페이스가 열려 오른쪽 회전이 걸리고, 반대로 몸을 왼쪽으로 굽히면 훅을 만들어낸다. 최호성 스윙의 핵심은 엎어 치든 내치든 공을 때리는 임팩트 구간이 정확하고 일관성이 좋다는 점이다. 최호성은 ‘낚시꾼 스윙’은 “예전 스윙보다 더 정교하다”면서 “몸을 어느 방향으로 휘젓느냐에 따라 구질을 결정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습량이 적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쉽게 따라 하기 힘든 스윙이다. 공에 맞는 순간 몸에 전달되는 느낌에 따라 몸의 무게 방향을 반대방향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젊은 선수들의 스윙은 기계처럼 일정하지만 그는 느낌대로, 상상하는 대로 스윙한다. 최호성은 “예전의 스윙 사진을 보면 가끔 ‘낚시꾼 스윙’이 엿보이지만, 지금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세월이 흐를수록 점차 (낚시꾼 스윙이) 과격한 모습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스윙이 훨씬 커지고, 몸의 회전량이 더 많아져 다이내믹하게 바뀌었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면서 비거리가 줄었다. 그리고 JGTO가 대회 코스 변별력에 초점을 맞추면서 러프가 깊어지고 길어졌다. 최호성은 그래서 ‘낚시꾼 스윙’이란 자구책을 찾았다. 파 4홀에서 500야드가 넘는 곳도 생겨나 말 그대로 똑바로 멀리 쳐야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최호성은 일단 비거리가 부족하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예전 스윙으로 280야드에도 못 미치자 ‘몸’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몸을 많이 쓰면서 20야드 이상 더 보낼 수 있게 됐다. 기계적인 스윙에 익숙한 골프팬들에게 최호성의 춤추는 듯한 스윙은 신선한 충격이다. 팬들은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300야드 지점의 페어웨이에 정확히 보내고 핀에 착착 붙이는 그의 스윙에 열광했다. ‘낚시꾼 스윙’이란 표현은 그동안 일본에서 알고 지내던 한 골프잡지사의 전문기자가 붙여준 별칭이다. 현역 시절 일본 골프의 전설로 통했던 아오키 이사오 JGTO 회장은 “우리 시대엔 멀리서도 누가 스윙하는지 알 수 있었는데, 지금은 개성이 없어져 최호성이 더 특별하게 여겨진다”면서 “최호성 같은 개성파가 계속 배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호성은 “일본에서 고정 팬들이 생겼고, 그분들은 내 스윙을 엄청나게 좋아한다”면서 “일본에서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점잖기로 소문난 일본 팬들이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플래카드까지 제작해 응원한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팬들이 정말 감사하기에 성원에 보답하려다 마음이 앞설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몸을 써 결과가 나빴다면 웃음거리가 됐겠지만, 이젠 호기심을 넘어 결과가 좋으니 그에게 열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호성에겐 예전에도 그랬듯 지금도 전담 스윙코치가 없다. 처음엔 돈이 없어 남에게 배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금은 자신의 스윙을 이해해 줄 코치를 찾을 수 없다. 대신 캐디에게 휴대전화로 스윙 동작을 촬영해달라고 부탁한 뒤 동영상을 보며 자신의 스윙을 관찰하고 있다. 스윙의 리듬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최호성의 일본 생활이 궁금했다. 그는 6년 동안 일본에서 눈치로 부닥치면서 일본어를 익혔다.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하거나 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는 데는 지장이 없다. 경기 중 필요한 사항들도 알아듣는 편. 언어 때문에 크게 불편한 점은 거의 없다. 어렸을 적부터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는 그는 그동안 ‘계획된 삶’보다는 일단 ‘부딪쳐 보자’라는 심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뛰어들었다. 절박했기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조차 그에겐 사치였다. 국내에서는 장인이 전담 캐디를 맡았지만, 일본에서는 대회마다 늘 캐디가 바뀌었다. 대회장에서는 하우스 캐디, 아르바이트 캐디를 고용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유능한 전문캐디를 고용하지 않았다. 이런 습관 때문일까, 경기 중 캐디 의존도가 그리 높지 않다. 최호성은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캐디를 교체했지만, 지금의 캐디는 3개월째 ‘롱런’ 중이다. 지난 8월부터 일본골프아카데미 출신에, 일본에 20년째 머무르고 있는 한국인 캐디와 함께하고 있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춰 카시오월드오픈 우승컵을 안았다. 일본에선 간혹 아내와 함께 투어를 다니기도 하지만, 대개는 혼자 생활한다. 초교 6학년과 중학생이 되는 연년생 두 아들 뒷바라지 탓에 아내는 그와 함께 일본에서 보름 이상 머무른 적이 없다. 최호성은 시즌 중이라도 대회에 출전하지 않으면 한국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최호성은 다음 주 일본으로 돌아간다. 인기 덕분이다. 일본 매체들과의 인터뷰, 촬영 약속도 잡혀 있다. 프로암 행사에도 초청받았다. 최호성을 조용히 지켜보며 도와주었던 일본의 한 기업가가 그의 매니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최호성은 매니저가 운영하는 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대회에 출전한다. 몇몇 기업에서 스폰서 계약 제의가 있었지만 거절하면서 의리를 지켰다. 그는 “투어 생활을 하면서 도움을 받기에 보답하기 위해 모자를 쓴다”고 말했다. 최호성은 오전에 티타임이 예정된 날엔 4시간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티타임이 오후라도 비슷한 시간에 일어난다. 숙소에서부터 가볍게 몸을 풀며 워밍업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최호성은 객지 생활이 익숙하기에 일본에서 홀로 지내지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항상 환경에 적응하려 노력하며 ‘벽’이 나타나면 극복하려고 애쓰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바닷가 출신이라 일본 음식이 입에 맞는 편. 한국식당은 1주일에 1∼2번 찾는 편이며 대신 체력 유지에 도움이 될 만한 보양식을 챙겨 먹는다. 내년에도 일본이 주 활동 무대. 하지만 최호성은 신한동해오픈 등 몇 차례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에는 한 번도 나간 적이 없기에 내친김에 세계랭킹을 50위 이내로 끌어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최호성은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게 우선”이라며 “아울러 하루하루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를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용인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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