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하던 영남권 대거 하락 제주지역은 침체의 늪으로
박미선 “새벽까지 촬영한 뒤 필드로 달려가는 ‘골프마니아’죠”
모든 것 다 내려놓은 겨울 골프장
상승하던 영남권 대거 하락 제주지역은 침체의 늪으로
회원권 시장이 약보합세다. 그런데도 수도권에서는 단기간 하락이 컸던 종목들 위주로 상당수가 반등으로 돌아섰다. 연말 저점 매수세에 대한 기대로 유동자금 일부가 미리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한동안 상승세를 지속하던 영남권 종목들이 대거 하락했고, 제주지역은 아예 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것이다. 영남권이야 장기간 상승에 대한 경계성 매물이 원인으로 수급에 따른 탓이지만 제주권은 상황이 다르다. 한때 제2 신공항 이슈와 중국 특수로 관광객이 증가했다. 자연스레 부동산과 회원권 매입으로 자산가치도 급등했다. 그러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를 기점으로 거래가 급감했고 설상가상으로 2018년부터는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이 폐지되면서 그린피까지 인상됐다. 이로 인해 골프 관광은 물론이고 회원권 매입의 주요 장점 중 하나가 사라졌다. 제주권은 향후 이 같은 구조적 문제점이 중장기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고, 벌써 회원권 거래가 뜸해졌다. 이번 주 오라의 하락이 눈에 띄었고,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제주와 공매처리로 시끄러웠던 제피로스는 정상화 과정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현균 회원권애널리스트 lhk@acegolf.com
박미선 “새벽까지 촬영한 뒤 필드로 달려가는 ‘골프마니아’죠”
방송인 박미선 남편 권유로 10년 前 입문 당시 뛰어다니기 바빠 흥미 못느껴 80대 넘나들며 재미에 푹 빠져 한창땐 주 5회 라운드한 적도 10여년 그린콘서트 무보수 진행 최근 링크연예인 골프단장 맡아 재능기부로 꿈나무 지원·양성도 방송인 박미선(51)은 최근 창단한 ‘링크(LINK)연예인 골프구단’ 단장을 맡았다. 골프구단은 지난달 28일 경기 안성의 안성H골프클럽에서 골프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동구의 한 홈쇼핑 사옥에서 박미선을 만났다. 방송뿐 아니라 홈쇼핑 진행자로 활동 중인 박미선은 “연예인 골프구단은 골프만 하는 게 아니라 스타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소외된 청소년에게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자 한다”며 “청소년이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프구단 출범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골프구단은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인 푸른나무청예단과 함께 잠재력을 지닌 소외된 청소년의 성장을 도울 예정이다. 또 연중 2∼3차례 자선 골프대회를 개최하고 재능기부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청소년 돕기 기금을 조성할 방침이다. 1988년 방송계에 데뷔한 박미선은 30년 넘도록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요즘엔 6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박미선은 “일주일에 잠자고 밥 먹는 시간 빼고 거의 일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60분짜리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데 최소 4∼5시간이 걸리다 보니 촬영은 새벽까지 이어지고, 몸은 녹초가 되기 일쑤다. 하지만 그에겐 골프가 있다. 박미선은 “매일 골프를 하면 재미가 없겠지만, 지금처럼 일하면서 짬짬이 즐기면 골프는 늘 새롭고 흥을 안겨준다”면서 “체력이 버티지 못할 때까지 일과 골프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미선은 몇 해 전 촬영 중 벌칙을 받다 떨어져 양발 뒤꿈치가 골절됐고 그래서 두 달을 쉬었다. 유일한 ‘휴가’였다. 당시에도 서너 달은 쉬어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두 달 후 목발을 짚고 방송에 나왔다. ‘워커 홀릭’. 방송계에서 박미선보다 선배는 물론 또래조차 찾기 힘들다. 박미선은 “특출난 개인기나 유별난 점이 없는 게 오히려 장점이 됐고, 무난해서 오래가는 것 같다”고 말하며 특유의 순진한 웃음을 지었다. 박미선은 “나이가 들면서 나 자신을 내려놓았다”면서 “후배들에게 ‘모셔야 하는 선배’가 되면 함께 일하기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박미선은 “선배이지만 내가 먼저 움직이고, 먼저 인사하면서 후배들과 격의 없이 지낸다”고 말했다. 박미선이 골프채를 손에 쥔 건 동료이자 남편 이봉원 덕분이다. 남편은 아내보다 먼저 골프를 익혔다. 10년 전 부업으로 꽃배달 사업(박미선 플라워)을 시작했던 박미선에게 남편은 “당신이 골프를 하면 꽃배달 영업을 더 잘할 수 있다”면서 권했다. 그런데 박미선에게 골프는 버거운 상대였다. 남들은 한 홀에 서너 번이면 갈 거리를 10번 이상 끊어가야 하니 카트를 탈 겨를이 없어 늘 뛰어다니기 바빴다. 남편은 아내에게 “남에게 민폐가 되니 무조건 뛰라”고 다그쳤다. 이렇게 9홀만 돌아도 힘에 부쳐 항상 짐을 싸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났다. 100타를 넘기던 박미선은 구력이 쌓이면서 90대에 진입했고, 간혹 80대를 넘나들었다. 그러면서 골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스코어가 90대 안쪽으로 진입하면서 골프가 다르게 여겨졌다. 연습장에서 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골프 채널을 보면서 스윙을 연구했다. 시간만 나면 연습장으로 달려가 90분씩 공을 쳤다. 스크린 골프장에 가서 혼자 18홀을 ‘완주’하는 날도 많았다. 새벽까지 일하고 돌아오더라도 골프장 ‘출근’은 거르지 않았다. 시트콤 촬영 당시엔 새벽까지 녹화가 끝나지 않자 일행들에게 “먼저 골프장에 가라”고 얘기한 뒤 4번 홀에서 합류한 적도 있다. 선배 이홍렬과 경북 경주로 촬영차 함께 갔다가 짬을 내 골프장에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1번 홀부터 비가 내렸다. 둘 다 “그만하자”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고 그린에 물이 찬 16번 홀에서야 라운드를 중단했다. 그만큼 골프가 좋았다.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는 야간라운드로 새벽 2시까지 머문 적도 있다. 한창때엔 1주일에 서너 번은 기본이고 주 5회 라운드를 즐기기도 했다. 박미선은 경기 파주시의 서원밸리골프장에서 매년 5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그린콘서트’에 10년 이상 무보수로 참가, 진행을 맡고 있다. 그린콘서트는 무료로 개방되고 매년 3만 명이 모이는 성황을 이루고 있다. 유명 가수, 아이돌 그룹들도 출연료 없이 모두 ‘재능기부’로 콘서트에 출연하고 있다. 박미선은 “혈액형(O형)이 말해주듯, 오래 담지 못하는 성격인 데다 사는 방식도 무난해 골프하기엔 딱 좋은 성격”이라고 자평했다. 그에겐 그러나 내세울 만한 골프 기록이 아직 없다. 몇 해 전 한창 물이 올랐을 무렵 부상을 당한 탓이다. 5년 전 서원밸리골프장에서 개그맨 남자 후배들과 라운드하면서 베스트인 86타를 기록했는데, 며칠 뒤 촬영 중 떨어져 양발 뒤꿈치가 골절됐다. 그리고 1년 이상 골프채를 잡지 못했다. 이후 드라이버를 잡으면 풀스윙을 하지 못했다. 큰 스윙을 하면 발에 통증이 왔던 것. 지금도 하프 스윙만 하는 편이다. 비거리는 짧게 나가지만 티샷은 항상 페어웨이로 보낸다. ‘산에 올라가도 있는 그대로 쳐야 한다’는 남편의 혹독한 가르침 덕분에 지금도 트러블 샷을 잘하는 편이다. 지난해엔 벙커 턱에 걸린 공을 그대로 치다 손목을 다쳐 몇 달간 골프를 끊어야 했다. 이젠 겁이 나 사전에 동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페어웨이 디벗에 들어가거나 옮겨서 친다. 박미선은 “골프는 스포츠로서의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더 좋은 건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5시간 동안 동반자들과 말을 주고받으면서 자연을 벗 삼아 어울리다 보면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미선은 “골프는 여러 운동 중에서 나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다”면서 “내 스윙은 박인비를 닮았지만, 박성현을 그리면서 늘 마음속으로 장타를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미선은 “골프 관련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오면 기꺼이 달려가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모든 것 다 내려놓은 겨울 골프장
12월이다. 겨울 골프장은 텅 빈 듯하다. 봄날의 연둣빛 축제도 없다. 여름날의 꽉 찬 신록도 없다. 가을날의 형형색색 현란함도 없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골프장엔 겨울바람뿐이다. 회색빛 하늘이 잘 어울리는 겨울 골프장에서 생각한다. ‘죽지 않고 생겨나는 것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이다. 내가 죽고 나야 또 네가 살아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스스로 모든 것들을 떨군다. 겨울이 죽고 나야 봄인 네가 산다. 호흡까지 마르고 혈관까지 막혀서 겨울 낙엽으로 뒹굴려야 내년 봄 연하디연한 파란 꿈을 밀어내며 살 수 있다. 그 추운 겨울바람을 버텨내기 위해서 안으로, 안으로 끌어안으며 단단해지려 한다. 또 한 줄의 나이테가 그어져야 봄이 오고 잎이 나고 꽃이 핀다. 이것이 순리다. 순리를 져버리면 나무는 죽고 자연은 병든다. 골프도 마찬가지이다. 노력하지 않고 잘되는 결과는 없다. 운 좋게 잘되기만 바라는 이는 골퍼 자격이 없다. 인내하고, 되돌아보고, 연습하는 노력이 있어야 만 좋은 결과가 보인다. 겨울 골프장을 걸으면서 유난히 눈에 띄는 푸름을 보았다. 이 겨울에 저 나무는 아직도 잎을 매단 채 파랗게 휘청이고 있네. 수양버들이다. 주로 물가에 산다. 나무는 굵으나 가지는 가늘어 머리카락처럼 휘청거린다. 휘청거릴 뿐 절대 비바람에 꺾이거나 부러지지 않는다. 강하지 않으나, 연약하지도 않다. 12월에도 잎을 달고 휘청이며 버티고 있다. 모든 나뭇잎은 떨어져 갈색 죽음으로 변했어도 아직 파랗게 흔들리며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봄, 여름, 가을에는 큰 나무 잎들로 인해 존재 가치가 약하다. 3∼6㎝ 작은 나뭇잎의 수양버들은 겨울이 돼서야 더 빛나는 존재다. 우리의 골프도 수양버들처럼 버티고 인내해야 한다. 성급하거나, 조급해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화내고 포기하려 한다. 수양버들처럼 수많은 시간과 계절을 버티어내면 겨울 맨 마지막까지 살아 제 푸름을 발산한다. 골프장에서 유일하게 푸름을 간직한 채 홀 옆에 비스듬히 서 있는 버드나무야말로 진정한 승리자이다. 올겨울 골프장에서 우리는 이것을 기억하자. 강하다고 해서 약함을 이기는 것이 아니며 멀리 간다고 해서 적게 나가는 것을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다. 비록 휘어질지라도 부러지지 말아야 하고, 작은 잎일지라도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버텨야 한다. 한국 골퍼의 전설 한장상 프로는 이렇게 말했다. “경타(輕打)하면 강타(强打)하고, 강타하면 경타한다.” 수양버들의 삶이다. 강하게 치려고 하면 약하게 되고, 부드럽게 치려고 하면 강타가 되는 것이 골프이다. 눈 내리는 12월 겨울에 나를 내려놓고, 욕심을 내려놓고 그렇게 골프를 바라보자.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박미선 “새벽까지 촬영한 뒤 필드로 달려가는 ‘골프마니아’죠”
모든 것 다 내려놓은 겨울 골프장
상승하던 영남권 대거 하락 제주지역은 침체의 늪으로
회원권 시장이 약보합세다. 그런데도 수도권에서는 단기간 하락이 컸던 종목들 위주로 상당수가 반등으로 돌아섰다. 연말 저점 매수세에 대한 기대로 유동자금 일부가 미리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한동안 상승세를 지속하던 영남권 종목들이 대거 하락했고, 제주지역은 아예 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것이다. 영남권이야 장기간 상승에 대한 경계성 매물이 원인으로 수급에 따른 탓이지만 제주권은 상황이 다르다. 한때 제2 신공항 이슈와 중국 특수로 관광객이 증가했다. 자연스레 부동산과 회원권 매입으로 자산가치도 급등했다. 그러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를 기점으로 거래가 급감했고 설상가상으로 2018년부터는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이 폐지되면서 그린피까지 인상됐다. 이로 인해 골프 관광은 물론이고 회원권 매입의 주요 장점 중 하나가 사라졌다. 제주권은 향후 이 같은 구조적 문제점이 중장기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고, 벌써 회원권 거래가 뜸해졌다. 이번 주 오라의 하락이 눈에 띄었고,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제주와 공매처리로 시끄러웠던 제피로스는 정상화 과정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현균 회원권애널리스트 lhk@acegolf.com
박미선 “새벽까지 촬영한 뒤 필드로 달려가는 ‘골프마니아’죠”
방송인 박미선 남편 권유로 10년 前 입문 당시 뛰어다니기 바빠 흥미 못느껴 80대 넘나들며 재미에 푹 빠져 한창땐 주 5회 라운드한 적도 10여년 그린콘서트 무보수 진행 최근 링크연예인 골프단장 맡아 재능기부로 꿈나무 지원·양성도 방송인 박미선(51)은 최근 창단한 ‘링크(LINK)연예인 골프구단’ 단장을 맡았다. 골프구단은 지난달 28일 경기 안성의 안성H골프클럽에서 골프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동구의 한 홈쇼핑 사옥에서 박미선을 만났다. 방송뿐 아니라 홈쇼핑 진행자로 활동 중인 박미선은 “연예인 골프구단은 골프만 하는 게 아니라 스타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소외된 청소년에게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자 한다”며 “청소년이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프구단 출범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골프구단은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인 푸른나무청예단과 함께 잠재력을 지닌 소외된 청소년의 성장을 도울 예정이다. 또 연중 2∼3차례 자선 골프대회를 개최하고 재능기부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청소년 돕기 기금을 조성할 방침이다. 1988년 방송계에 데뷔한 박미선은 30년 넘도록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요즘엔 6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박미선은 “일주일에 잠자고 밥 먹는 시간 빼고 거의 일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60분짜리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데 최소 4∼5시간이 걸리다 보니 촬영은 새벽까지 이어지고, 몸은 녹초가 되기 일쑤다. 하지만 그에겐 골프가 있다. 박미선은 “매일 골프를 하면 재미가 없겠지만, 지금처럼 일하면서 짬짬이 즐기면 골프는 늘 새롭고 흥을 안겨준다”면서 “체력이 버티지 못할 때까지 일과 골프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미선은 몇 해 전 촬영 중 벌칙을 받다 떨어져 양발 뒤꿈치가 골절됐고 그래서 두 달을 쉬었다. 유일한 ‘휴가’였다. 당시에도 서너 달은 쉬어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두 달 후 목발을 짚고 방송에 나왔다. ‘워커 홀릭’. 방송계에서 박미선보다 선배는 물론 또래조차 찾기 힘들다. 박미선은 “특출난 개인기나 유별난 점이 없는 게 오히려 장점이 됐고, 무난해서 오래가는 것 같다”고 말하며 특유의 순진한 웃음을 지었다. 박미선은 “나이가 들면서 나 자신을 내려놓았다”면서 “후배들에게 ‘모셔야 하는 선배’가 되면 함께 일하기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박미선은 “선배이지만 내가 먼저 움직이고, 먼저 인사하면서 후배들과 격의 없이 지낸다”고 말했다. 박미선이 골프채를 손에 쥔 건 동료이자 남편 이봉원 덕분이다. 남편은 아내보다 먼저 골프를 익혔다. 10년 전 부업으로 꽃배달 사업(박미선 플라워)을 시작했던 박미선에게 남편은 “당신이 골프를 하면 꽃배달 영업을 더 잘할 수 있다”면서 권했다. 그런데 박미선에게 골프는 버거운 상대였다. 남들은 한 홀에 서너 번이면 갈 거리를 10번 이상 끊어가야 하니 카트를 탈 겨를이 없어 늘 뛰어다니기 바빴다. 남편은 아내에게 “남에게 민폐가 되니 무조건 뛰라”고 다그쳤다. 이렇게 9홀만 돌아도 힘에 부쳐 항상 짐을 싸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났다. 100타를 넘기던 박미선은 구력이 쌓이면서 90대에 진입했고, 간혹 80대를 넘나들었다. 그러면서 골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스코어가 90대 안쪽으로 진입하면서 골프가 다르게 여겨졌다. 연습장에서 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골프 채널을 보면서 스윙을 연구했다. 시간만 나면 연습장으로 달려가 90분씩 공을 쳤다. 스크린 골프장에 가서 혼자 18홀을 ‘완주’하는 날도 많았다. 새벽까지 일하고 돌아오더라도 골프장 ‘출근’은 거르지 않았다. 시트콤 촬영 당시엔 새벽까지 녹화가 끝나지 않자 일행들에게 “먼저 골프장에 가라”고 얘기한 뒤 4번 홀에서 합류한 적도 있다. 선배 이홍렬과 경북 경주로 촬영차 함께 갔다가 짬을 내 골프장에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1번 홀부터 비가 내렸다. 둘 다 “그만하자”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고 그린에 물이 찬 16번 홀에서야 라운드를 중단했다. 그만큼 골프가 좋았다.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는 야간라운드로 새벽 2시까지 머문 적도 있다. 한창때엔 1주일에 서너 번은 기본이고 주 5회 라운드를 즐기기도 했다. 박미선은 경기 파주시의 서원밸리골프장에서 매년 5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그린콘서트’에 10년 이상 무보수로 참가, 진행을 맡고 있다. 그린콘서트는 무료로 개방되고 매년 3만 명이 모이는 성황을 이루고 있다. 유명 가수, 아이돌 그룹들도 출연료 없이 모두 ‘재능기부’로 콘서트에 출연하고 있다. 박미선은 “혈액형(O형)이 말해주듯, 오래 담지 못하는 성격인 데다 사는 방식도 무난해 골프하기엔 딱 좋은 성격”이라고 자평했다. 그에겐 그러나 내세울 만한 골프 기록이 아직 없다. 몇 해 전 한창 물이 올랐을 무렵 부상을 당한 탓이다. 5년 전 서원밸리골프장에서 개그맨 남자 후배들과 라운드하면서 베스트인 86타를 기록했는데, 며칠 뒤 촬영 중 떨어져 양발 뒤꿈치가 골절됐다. 그리고 1년 이상 골프채를 잡지 못했다. 이후 드라이버를 잡으면 풀스윙을 하지 못했다. 큰 스윙을 하면 발에 통증이 왔던 것. 지금도 하프 스윙만 하는 편이다. 비거리는 짧게 나가지만 티샷은 항상 페어웨이로 보낸다. ‘산에 올라가도 있는 그대로 쳐야 한다’는 남편의 혹독한 가르침 덕분에 지금도 트러블 샷을 잘하는 편이다. 지난해엔 벙커 턱에 걸린 공을 그대로 치다 손목을 다쳐 몇 달간 골프를 끊어야 했다. 이젠 겁이 나 사전에 동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페어웨이 디벗에 들어가거나 옮겨서 친다. 박미선은 “골프는 스포츠로서의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더 좋은 건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5시간 동안 동반자들과 말을 주고받으면서 자연을 벗 삼아 어울리다 보면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미선은 “골프는 여러 운동 중에서 나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다”면서 “내 스윙은 박인비를 닮았지만, 박성현을 그리면서 늘 마음속으로 장타를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미선은 “골프 관련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오면 기꺼이 달려가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모든 것 다 내려놓은 겨울 골프장
12월이다. 겨울 골프장은 텅 빈 듯하다. 봄날의 연둣빛 축제도 없다. 여름날의 꽉 찬 신록도 없다. 가을날의 형형색색 현란함도 없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골프장엔 겨울바람뿐이다. 회색빛 하늘이 잘 어울리는 겨울 골프장에서 생각한다. ‘죽지 않고 생겨나는 것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이다. 내가 죽고 나야 또 네가 살아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스스로 모든 것들을 떨군다. 겨울이 죽고 나야 봄인 네가 산다. 호흡까지 마르고 혈관까지 막혀서 겨울 낙엽으로 뒹굴려야 내년 봄 연하디연한 파란 꿈을 밀어내며 살 수 있다. 그 추운 겨울바람을 버텨내기 위해서 안으로, 안으로 끌어안으며 단단해지려 한다. 또 한 줄의 나이테가 그어져야 봄이 오고 잎이 나고 꽃이 핀다. 이것이 순리다. 순리를 져버리면 나무는 죽고 자연은 병든다. 골프도 마찬가지이다. 노력하지 않고 잘되는 결과는 없다. 운 좋게 잘되기만 바라는 이는 골퍼 자격이 없다. 인내하고, 되돌아보고, 연습하는 노력이 있어야 만 좋은 결과가 보인다. 겨울 골프장을 걸으면서 유난히 눈에 띄는 푸름을 보았다. 이 겨울에 저 나무는 아직도 잎을 매단 채 파랗게 휘청이고 있네. 수양버들이다. 주로 물가에 산다. 나무는 굵으나 가지는 가늘어 머리카락처럼 휘청거린다. 휘청거릴 뿐 절대 비바람에 꺾이거나 부러지지 않는다. 강하지 않으나, 연약하지도 않다. 12월에도 잎을 달고 휘청이며 버티고 있다. 모든 나뭇잎은 떨어져 갈색 죽음으로 변했어도 아직 파랗게 흔들리며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봄, 여름, 가을에는 큰 나무 잎들로 인해 존재 가치가 약하다. 3∼6㎝ 작은 나뭇잎의 수양버들은 겨울이 돼서야 더 빛나는 존재다. 우리의 골프도 수양버들처럼 버티고 인내해야 한다. 성급하거나, 조급해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화내고 포기하려 한다. 수양버들처럼 수많은 시간과 계절을 버티어내면 겨울 맨 마지막까지 살아 제 푸름을 발산한다. 골프장에서 유일하게 푸름을 간직한 채 홀 옆에 비스듬히 서 있는 버드나무야말로 진정한 승리자이다. 올겨울 골프장에서 우리는 이것을 기억하자. 강하다고 해서 약함을 이기는 것이 아니며 멀리 간다고 해서 적게 나가는 것을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다. 비록 휘어질지라도 부러지지 말아야 하고, 작은 잎일지라도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버텨야 한다. 한국 골퍼의 전설 한장상 프로는 이렇게 말했다. “경타(輕打)하면 강타(强打)하고, 강타하면 경타한다.” 수양버들의 삶이다. 강하게 치려고 하면 약하게 되고, 부드럽게 치려고 하면 강타가 되는 것이 골프이다. 눈 내리는 12월 겨울에 나를 내려놓고, 욕심을 내려놓고 그렇게 골프를 바라보자.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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